저는 8년을 다닌 회사에 사직서를 냈습니다. 잘리거나 싸운 게 아니었어요. 그냥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.
매일 아침 회사 앞에서 5분씩 멈춰 서는 사람이었거든요. 들어가기 싫어서가 아니라, 들어갈 힘이 없어서.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300미터. 그 거리를 걸을 때마다 몸이 무거워졌어요. 동료들은 알지 못했습니다. 저도 몰랐거든요. 제가 얼마나 한계였는지.
퇴사 다음 날, 오전 9시
퇴사 다음 날 아침 9시에 눈이 떠졌어요. 8년 동안 몸에 밴 시간이라.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데,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었어요. 불안해서요. 일어나서 커피를 내렸는데 손이 떨렸어요. 뭘 해야 할지 몰랐고, 뭘 하지 않아도 되는지도 몰랐어요.
서랍을 뒤졌습니다. 뭘 찾은 것도 아니에요. 그냥 뭔가 만지고 있어야 했어요. 그러다 오래된 성경책이 나왔어요. 대학 때 교회 선배한테 선물 받은 거. 포장지도 안 뜯고 10년을 묵혀둔 것. 왜 그걸 집어 들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.
아무 페이지나 펼쳤는데
아무 페이지나 폈습니다. 예레미야 29장이었어요. 11절을 읽었을 때 — 저는 그때 거기서 울었어요. 10년 만에 성경을 펴서 울었습니다.
"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 하는 생각이라"
이 구절이 저를 바꾼 게 아니에요. 이 구절이 저한테 시간을 줬어요. 다시 숨 쉴 시간.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. "8년을 견디지 못한 내가 잘못된 게 아닐까" 하는 질문을 잠깐 멈춰도 되는 시간.
그 후 6개월
지금은 퇴사하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. 새 회사에 들어간 건 아니에요. 아직 안 정했어요. 대신 매일 아침 일어나서 그 구절을 다시 써요. VerseWrite에서 타이핑으로 필사합니다. 40초짜리 의식이에요. 그 40초 동안 저는 여전히 소망이 있는 사람입니다.
불안은 안 사라졌어요. 지금도 새벽 4시에 눈이 떠지는 날이 있어요. 하지만 이제는 성경책을 먼저 엽니다. 읽고, 쓰고, 다시 눕습니다. 이게 전부에요. 이게 전부인데, 전부가 아니기도 해요.
버티지 못한 게 잘못이 아니에요. 8년은 충분히 길었어요. 그리고 그 다음은, 예레미야 29:11이 대신 말해줬습니다.